학점·토익 같은 일률적 스펙으론 부족 위대한 멘토링 -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
“토익 점수, 어학연수 같은 천편일률적인 스펙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기본 스펙에 더해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펙을 갖춰야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서미영(40) 인크루트 상무는 2일 서울 삼청동 인크루트 본사에서 열린 ‘위대한 멘토링’ 자리에서 대학생 멘티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스펙 타파, 스펙 초월의 흐름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 상무는 국내 대표 취업컨설턴트이면서 ‘스펙 전문가’이다. 남편인 이광석(40) 인크루트 대표와 함께 국내 최초로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창업한 1998년은 마침 국내 채용시장에 ‘스펙’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서 상무는 이후 16년간 취업 관련 일을 하면서 ‘스펙 변천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스펙의 본래 뜻부터 설명했다. “스펙은 원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한테는 쓰지 않았던 용어다. 이 표현은 처음에 ‘헤드헌터가 고객에게 추천하는 후보자의 경력’이란 뜻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접수가 보편화되면서 현재처럼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 됐다고 한다. 서 상무는 “인터넷 접수로 인해 지원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났고 대기업 입장에선 주어진 시간에 서류전형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개념의 ‘스펙’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팀 직원들이 2만~3만 장의 서류를 1주일 안에 검토해야 하는데 정성적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펙을 통해 ‘필터링’하게 됐다는 뜻이다.
서 상무는 토익 점수 등이 단지 1차 관문 역할에 그친다는 사실도 짚어줬다. 그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문턱을 넘는 지원자들에게는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정성적 평가를 시행한다”며 “스펙에 올인해 취업에 성공하려는 건 낡은 사고”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토익의 경우 850점을 넘기면 모두 만점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굳이 900점을 넘기 위해 계속 토익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엔 스펙을 본래 의미인 ‘경력’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멘티 최록수(27·단국대)씨의 “최근의 취업 트렌드에 비추어 어떻게 스펙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서 상무는 “학점 등 일률적인 스펙을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공모전·인턴 경력 등 직무 관련 경험, 블로그 운영 같은 본인만의 경력이 중요해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서 상무는 삼성·현대차 같은 대기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는 전통적인 스펙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멘티 이경주(23·상명대)씨의 “요즘 대기업들이 ‘스펙 타파’ 전형을 늘리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상무는 “스펙을 보지 않는 전형이 전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한 자릿수”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인성이나 실무 능력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필터링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인크루트도 기업들로부터 용역을 받아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상무는 마지막으로 멘티들이 뜨끔해할 조언을 덧붙였다. 구직자들의 대기업 집중 현상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현재 대학생들은 전체 기업 중에서 0.1%(3000개) 정도밖에 안 되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기준 이상의 스펙에 과몰입해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도 연봉 1억원, 2억원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준비생들의 시야가 대기업 밖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취업준비생들은 더 이상 스펙에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며 “(취업이 안 돼 마음이) 아프다고 칭얼대기보다는 자신이 왜 아픈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김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