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열린채용 방침에도 취업준비생 인식 제자리
"아무리 열정을 본다고 하지만 스펙을 안 본다는 건 믿을 수 없습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 4학년인 홍모(25)씨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이미 800점대의 토익점수를 가지고 있는 홍씨는 스펙보다 열정을 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취업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선배들의 말을 듣고 불안감이 더 커졌다.
그는 "토익점수를 기재하는 칸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면접에서 점수를 물어봤다는 선배들의 경험담도 있고, 토익이 아닌 다른 영어점수를 원하는 곳도 많아 정말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올 하반기 채용에서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열린 채용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며 여전히 스펙쌓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5일 기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반기 공개채용에 돌입한 현대차, SK,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금융사들은 스펙에 상관없이 인·적성 평가와 면접 등을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전경련이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토익과 학점 등이 일정 수준만 되면 스펙이 채용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연일 토익과 토익스피킹, 오픽과 같은 어학점수와 자격증 등 스펙에 대해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sk***는 자신의 학점을 비롯, 토익·토익스피킹 점수, 인턴, 대외활동 경험 등을 상세히 적은 글을 게시하고 사이트 회원들의 스펙 평가를 받았는데, 댓글 대부분이 어학점수를 더 높이 올릴 것을 권유했다.
아예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는 스펙을 평가해 주는 평가지가 따로 있을 정도로, 스펙은 계속 쌓아도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신입이력서 5만1천287건을 분석한 결과, 신입구직자의 약 65%가 어학점수를 보유하고 있고 자격증의 경우 10명 중 8명이 땄는데 이들은 평균 3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일보 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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