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회공헌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면서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인 매튜 비숏이 박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를 주창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애사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사회공헌 활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에 박애사상의 역사와 문헌연구를 바탕으로 사회공헌 관점에서 본 박애의 전략적 함의 및 핵심속성을 도출하고, 박애사상을 성공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기관들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사회공헌의 효과적 방법론을 제안하였다.
연구결과 박애(Philanthropy)사상에 기초한 활동들은 단순한 자선(charity) 활동과 달리 조직적&계획적으로 사회변화를 도모하며 사업의 성과를 중시하는 등의 특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사회공헌 관점에서 본 박애의 전략적 함의를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을 펼침으로써 기아, 질병 등 인류사회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의료, 빈곤구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극대화하며 박애를 실현하는 기관들을 연구하여 그 성공 비결을 고찰한 결과, 성공적으로 박애사상을 실현하는 기관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프로세스 혁신,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 등 전략적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수술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안과수술의 핵심 재료인 인공수정체를 선진국의 100분의 1 가격에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여 수술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가난한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확대하여 2011년에는 전체 환자의 48%에 달하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확대하여 2011년에는 전체 환자의 48%에 달하는 1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주었다. 패스(PATH)는 ‘세계 보건을 위한 촉매제(a catalyst for global health)’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정부나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한 기관들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 개도국에 백신에 보급하거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때 네트워킹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보건의료 전문 비영리기관으로 성장하였다. 그라민 은행은 ‘무담보 소액대출’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리대금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계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방적인 원조 위주였던 기존의 빈곤구제 방식을 혁신하였다. 또한 개도국 어린이의 영양부족이나 깨끗한 식수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농, 베올리아워터 등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등 ‘은행’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빈곤 구제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킥스타트는 제3세계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파하고자 설립되었다. 특히 농업이 주된 산업인 개도국의 특성을 고려해 농업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저렴한 기계를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보급하였는데, 이는 개도국 농부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개도국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였다. 브락(BRAC)은 현지 주민의 니즈에 최적화된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여 개도국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였다. 아이들이 농사일에 동원되어 교육이 중단되는 방글라데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학교 경영에 참여하고 농사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업 일정을 조정하는 원룸학교를 마을마다 설립하였다. 그리고 직업 교육을 받아도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직업 교육 후 작업장을 제공하고 판로까지 개척해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개도국 가난한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활동 결과 브락은 2013년에 전 세계 100大 NGO 중 1위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NGO로 성장하였다.
사례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박애사상을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비영리기관들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기업의 경영혁신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또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기업 경영에도 박애사상에 기초한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회변화를 위해 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SERI 홍현민, 신미주, 이갑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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