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업은 정체되고, 신산업의 생존 주기도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변화들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우수한 인재를 키워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2년 신년사에서 했던 말이다. 위기 탈출의 해법을 인재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최근 삼성은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것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사내(社內)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Lab)'이다. 2012년 말 '창의적 문화를 확산하고 실리콘밸리식 조직 혁신 모델을 도입하겠다'며 만든 것이다. 내부 인터넷망에 제안한 사업·기술·제품 아이디어 가운데 임직원 투표에서 선택된 것들을 제안자가 실행한다.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총 430여명이 약 120개의 과제를 추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숨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또 다른 대표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해외 지역 전문가 제도'이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세계 각 지역에서 활동할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1990년부터 시작해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해외 지역 전문가 과정을 다녀왔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이 지역 전문가 제도만큼은 중단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 차원에서 애착이 크다. 최근에는 해외 법인이 직접 채용한 현지 임직원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외 인력의 국제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공계 출신도 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1995년 도입된 '삼성 MBA 프로그램'도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리급 이하 사원들을 대상으로 국제 경영 감각과 위기관리 등의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소시오(Socio) MBA'와 경영, 기술 감각, 정보, 컴퓨터 지식을 갖춘 제조업 중심의 관리자를 육성하는 '테크노(Techno) MBA'로 나뉘어 운영된다.
삼성의 인재 확보 노력은 신입사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는다. '열린 채용'은 학벌·성별·출신지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인재를 뽑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또 저소득층에 5%를 할당하고,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을 35%까지 확대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보다폰에서 8년간 스마트폰 사업본부장을 지낸 패트릭 쇼메를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하는 등 고위급에서 글로벌 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삼성은 여성 인력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은 1992년 여성 전문직제를 도입하고 비서 전문직 50명, 소프트웨어 직군 100명을 공개 채용했다. 1993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500명의 여성 전문 인력을 뽑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우수한 사람 한 명이 천 명, 만 명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 인재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룹의 5대 핵심 가치 중에서도 제1 가치가 '인재 제일'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