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려다 보면 기억해야 할 게 너무 많아 괴롭다. 문법, 예외 케이스, 거기다 수많은 단어까지. 가장 큰 문제는 배운 걸 자꾸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2010년, 난 내 자신에게 그런 대책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오페가 가수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었는데 내가 부르는 노래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오페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어와 독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이었던 나는 로제타스톤이나 핌슬러 같은 언어학습 프로그램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독학으로 외국어 공부하는 법을 찾아봤고 결국 5개월 만에 불어를, 10개월 만에 러시아어를 마스터하게 해 준 비법을 개발했다. 현재 난 불어와 독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할 뿐 아니라 재미로 헝가리어도 익혔다. 올 가을엔 일본어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연관성과 기억의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내 이메일 비밀번호가 ‘mjoður(아이슬란드어로 벌꿀술)’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아마 이걸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스펠링도 친숙하지 않은 단어인지라 뇌가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술집에 가서 내가 죽은 뱀이 들어있는 불꽃 칵테일을 건네면서 “이거 mjoður야! 마셔!”라고 한다면 그 단어를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능하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명칭이 확실한 개념과 연관지어지지 않았을 때다. 따라서 외국어 학습에서 목표는 ‘mjoður’ 같은 단어를 보다 명확하고 의미있게 만드는 일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단어와 문법을 공부하기 전에 몇 주 동안 발음부터 익히는 것이다. 그러면 mjoður 같이 생소한 단어도 난해하게 느껴지지 않고 기억하기도 훨씬 쉽다.
둘째,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시각적 기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됐다. 1960년대 하버드 연구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612장의 다채로운 잡지광고를 보게한 뒤 이들이 보지 않은 광고를 무작위로 섞어놓고 그 중에서 본 것만 식별해 내도록 했다. 그 결과 98.5%의 경우에 학생들은 제대로 골라냈다. 연구진은 여기서 만족치 않고 5일 연속 어두운 방 안에서 학생들에게 무려 1만 장의 광고를 연이어 보게한 뒤 같은 실험을 했는데 성공률이 83%에 달했다.
시각적 기억은 경이롭다. 우리는 그것을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단어를 해석이 아닌 이미지와 연관짓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스페인어로 고양이를 의미하는 gato라는 단어를 한번 보자. 당신은 이 단어가 뇌 속에서 어떤 연관관계를 이룰 때까지 “gato 고양이, gato 고양이”를 반복하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쉽게 기억하기엔 연결고리가 너무 약할 뿐만 아니라 핵심을 벗어나있다. ‘gato’라는 단어를 읽을 때 모국어로 고양이에 대해 생각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고양이의 이미지를 그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모국어 단어는 건너뛰고 ‘gato’를 바로 고양이 이미지와 연결시킨다면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단어를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저장돼 있는 기억과 연관시키는 심화학습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gato’를 본 게 언제였나? 잠깐동안 이 질문에 답해 본다면 단어를 기억하기가 50%는 더 쉬워질 것이다.
이미지 자체도 효과적인데 ‘gato’를 어린 시절에 키우던 애완동물에 관한 기억과 연관짓기까지 한다면 이 단어는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뇌리에 박히게 된다.
이미지와 기억을 추상적인 단어나 문법과 연결할 수도 있다. ‘be’ 동사의 활용을 익히려 한다고 치자. 무턱대고 ‘I am,’ ‘you are,’ ‘she is’ 등을 외우려 하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She is on fire(그녀가 불타고 있다)!’ 처럼 시각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문장으로 익힐 경우 아무리 추상적인 개념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하나의 게임과 같다.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걸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임이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이런 능력을 타고났다. 게다가 이 능력은 헝가리어나 일본어, 어떤 언어를 배울 때도 발휘할 수 있다.
By Gabriel Wyner
출처-월스트리트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