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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많이 알면 인생·세계관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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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능통자 우대.’
우리말 외에 다른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이가 취업과 직장 등의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사람은 인지 능력이 향상돼 치매 등 뇌질환에 걸릴 확률도 낮다. 영어나 중국어를 공부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다중언어 사용자는 모국어만 사용하는 이들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넓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과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독일 오토본귀릭케대학 등 유럽 공동 연구진은 지난 4월 말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사고방식’이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최근 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아는 언어사용자는 1개 언어만 쓰는 이보다 훨씬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영어나 독일어만을 사용하는 영국인, 독일인과 두 언어에 모두 능통한 영국·독일인을 대상으로 언어실험을 벌였다. 일단 1개 모국어만 사용하는 피실험자들에게 ‘자동차 쪽으로 걸어가는 여성’,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는 남성’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준 뒤 방금 전 본 사진을 설명하도록 했다. 영어만 아는 영국인은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고 설명한 반면 독일인은 ‘자동차쪽으로 남성이 자전거를 몰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영어 사용자의 경우 ‘행동(과정)’ 그 자체에, 독어 사용자는 ‘목표(결과)’에 주목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같은 상반된 반응이 영어와 독일어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어의 문법 체계는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두는 ‘∼ing’(진행형)가 많고, 독일어 체계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문법 형식이 많다. 모국어의 체계가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의식체계에까지 깊숙히 내재화한 것이다.
사실 이같은 언어 사용자 간 차이는 지난 20여년 간 언어학자들이 줄기차게 연구했던 바이다. 이번 영·독·스웨덴 공동 연구진의 조사결과가 빛나는 것은 조사 결론에 있다. 이들은 기존 연구진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영어·독일어 모두를 사용하는 바이링규얼(bilingual)의 언어 선택까지 조사했다.
독일에서, 영국에서 나고 자라 제2 언어까지 습득한 이중언어 사용자에게 1개 언어 사용자에게 했던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언어 선택 환경을 바꿔 반응을 살폈더니 그 상황에 부합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례로 독일어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영어 사용이 더 익숙한 영국인에게 독일어 사용이 빈번한 환경에서 같은 사진을 보여주면 일반 독일어 사용자처럼 ‘마트를 가기 위해’라는 결과 지향적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중동 이스라엘에 사는 바이링규얼들에 대해 조사하면 아랍계의 경우 과정과 결과에 있어 히브리어 기반 유대계와는 또다른 반응을 보인다”며 “이는 사용할 줄 아는 언어에 따라 그 사람의 세계관도 극명하게 바뀔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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