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 김 모 대리(32)는 요즘 달력만 보면 신이 절로 난다. 올 연말과 내년 초 휴일에 맞춰 여행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다음달 23일 인천에서 방콕으로 가는 가족여행을 위한 예약을 끝낸 그는 “크리스마스, 신정으로 이어지는 황금 휴일이 있고 2월에는 설날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며 “설날에도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흐뭇해 했다.
새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말연시에 몰려 있는 ‘트리플 골든위크(황금연휴)’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사내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다음달 25일 크리스마스와 내년 1월 1일 신정 그리고 2월 설날 연휴를 살펴보면 절로 입이 벌어질 만큼 골든위크가 줄대기 상태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모두 목요일이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나흘을 편히 쉴 수 있다. 여차하면 올해 못 썼던 휴가를 몰아 2주를 묶어 쉴 수도 있다. 내년 2월 설날 연휴도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 모씨(27)는 “직급이 높은 사람 위주로 휴가를 쓰기 때문에 나 같은 막내급은 연휴에 맞춰 쓰기 어렵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중간 간부들도 누가 먼저 휴가 얘기를 꺼낼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 등의 회사 측에서도점차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국내 직장인의 연차 발생 일수는 14.7일이지만 소진율은 57.8%로 8~9일에 불과했다. 이때만 해도 연차 보상을 노리고 휴가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지만, 흐름이 점차 바뀌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전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크리스마스와 신정 다음날을 전체 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 해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시무식을 1월 2일이 아닌 그다음주 월요일인 5일로 잡는 기업도 많다.
삼성과 LG는 다음 달 25일을 기점으로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권장에 나섰다. 연말 공식적인 업무를 마무리하면 새해 준비를 위해 연차 휴가를 떠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또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도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연차 보상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의 트렌드와 맞물려 연말 휴가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황금 연휴 고객 모시기에 분주하다. 여행업계는 문의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H여행 관계자는 “12월 해외여행 수요가 11만7000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23% 증가하고 내년 1월은 8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3개월이나 남은 2월 선예약 수요도 전년 대비 96% 급증해 놀라울 따름”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에 연말은 성수기에 속했지만, 연차 사용 확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해외 여행객이 더욱 붐비는 상황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인 25일과 내년 1월1일이 목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11일까지 휴가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황금 노선’으로 꼽히는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고 유가하락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여행주와 항공주에게는 호재다.
항공권 예약은 이미 대기자 명단을 받기 시작해야 할 정도다. A항공사에 따르면 일본, 중국, 동남아를 포함한 단거리 항공권은 황금 연휴 기간에 최대 98%에 달하는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겨울방학 수요에 연말 항공권 이벤트, 황금 연휴 수요까지 모이다 보니 항공권 예약 사이트가 접속자 폭주로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억눌려 있었던 해외 여행 수요가 4분기부터 회복되면서 아웃바운드 여행 시장 회복이 본격화됐다”며 “특히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연결 영업이익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일본 패키지 투어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익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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