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에 접어들었다. 연초에 세운 목표 달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전략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져야하는 시기다. 그런데 신입사원들이 배에 함께 올랐다. 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있지만 더 많은 기업에서는 이 풋내기들을 보살펴주지 않는다. 그 결과 그들은 눈에 비친 대로 보며, 이해하고 싶은 방식대로 이해한다. 위험할 수 있다. 머릿속에 온갖 물음표를 달고 있을 그들을 위해 지금 바쁜 선배들을 대신해서 하는 이야기다.
가을이다. 부서질 듯 청명하게 빛나는 하늘 아래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삶과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딘 이들에게 이 가을은 특별하다. 회사에서, 주변에서, 매스컴에서는 찬사와 격려만 늘어놓고 있다. 열심히 하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하지만 막상 출근을 해 사무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회초년생들 중 "그래, 이곳에서 반드시 꿈을 이뤄보겠어!"라며 의지를 다지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여긴 왜 이렇지?", "저 사람은 왜 늘 신경질적일까?",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왜 바뀌지 않는 거지?"에서부터 "도대체 나를 데려다 놓고 무엇에 쓰려 하는 것일까?"라는 존재론적 회의까지 일어난다. 봄에 입사해서 온 부서를 순환하며 야금야금 회사를 알아가고 있는 이전 기수 신입들부터 이제 막 교육프로그램을 마치고 부서와 책상을 배치 받은 햇병아리들에게 이르기까지 1년차의 눈과 머릿속은 온갖 크기와 색깔의 물음표가 혼재한다.
문제는 그 물음표의 방향이 네가티브적 성향을 띄기 쉽다는 데 있다. '아, 조직이란 이런 거구나', '직장이란 이런 거구나' 느끼며 깨닫기에는 겪은 시간이 너무 짧고,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아직 도제식 시스템이 조직 저변에 깔려 있다. 게다가 세대와 마인드라는 넘사벽도 존재한다. 자칫 "역시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포기하며 이직을 꿈꾸든가 물 위의 기름처럼 외로운 이방인이 되어 조직 생활의 적응기를 놓쳐 자연 도태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직업이 없는 20대가 지난 일 년 동안 15%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비율을 높이는 데 동참하고 싶지 않다면, 대안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된 직장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무엇보다 다음 7가지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하라. 내용을 읽다보면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즉 누구나 비슷한 고민의 시기이며 통과의례일 수 있다는 반증도 된다. 사춘기가 그렇듯이.
01 자존심 상하는 것이 분하다
지금의 20대는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혼나 본 적이 거의 없는 세대다. 당연히 상사나 선배의 꾸지람을 견디기 힘들다. 입사 초기에는 깨지는 것도 즐겁다. 취직된 게 어딘데 그정도의 지적으로 마음이 상할 수 있을까. 조금 더 견디다 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라며 자신을 위로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당신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은 선배나 상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 위에 소비자가 있고 그들 모두가 신사숙녀들은 아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보직이라 해도 거래처, 관공서 등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들이 당신의 자존심을 건드렸나? 아니다, 그것이 직장 생활이다. 업무다. 내 일인데 왜 화가 나나! 관념적인 생각, 부모 등 가족이 당신에게 주었던 따뜻함, 친구들과의 스스럼 없는 대화 따위는 다 잊어버려라.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는 무슨 일이든 오로지 혼자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정글이다. '이것인 내 일이니까, 저 분은 소비자니까, 그 분은 베테랑이니까, 이 분은 허가권자'니까, 그게 그들의 일이니 설사 내게 막말을 했다 해도 쓸데없이 나의 자존심을 대입시키는 찌질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거기까지 갔는데도 힘들다면 당신의 일과 적성을 재고해봐야 한다. 진짜 아닌 걸 끌어안고 달릴 수는 없으니.
02 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당신은 일을 잘 하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나? 이건 솔직히 말해 당신에게는 인정할만한 그 무엇이 없다는 얘기다. 일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 성과이고 또 하나는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 얼마나 유연하고 효과적이냐다. 다른 표현으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한다. '일은 잘하는데 사람들하고 잘 못 지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따뜻한 눈길과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에서 3년차까지다. 사회 초년생이 능구렁이처럼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입사 3년이 되도록 관계가 어렵다면 문제다. 그 사이에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조직생활 하기 어렵다. 이 말은, 암만 일을 잘 해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면 중간 관리자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찬찬히 살펴보라. 임원까지 승진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그 대상이 위든 아래든.
03 인맥관리는 꼼수라고 여긴다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인맥이 아니라 요리조리 눈치 봐가며 자신의 역할을 각색하는 기회주의자들이다. 학연과 지연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맥은 일을 쉽고 유연하게 만들며 같은 성과라도 더 많이 더 넓게 나누며 빛을 발하게 만드는 힘이다. 비슷한 능력,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끼리 가까워지기도 쉽다. 자신의 직무와 연계된 대내외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여건이 된다면 동종업종 간의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지속 가능한 직장 생활에 도움 된다. 빠르고 풍부한 정보는 당신을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에스컬레이터다. 인맥에 흡수되는 것도 시기가 있다. 주로 입사 초기다. 학교 선배라, 취향이 비슷해서, 그냥 끌려서, 전공이 같아서 등등 수많은 이유가 동원된다. 그러나 인맥 내부에 들어갈 때는 조심해야 할 점도 많다. 인맥이란 부당하게 사용되지 않는 한 좋은 말이지만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수가 있다. 특히 폐쇄적이고 적대적 성격의 인맥에 들어가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04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오래 다니기 위해서는 상사고 경쟁이고 인맥이고 일절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 할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나? 이런 사람들은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나가 자영업을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 할 일'의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회사와 조직, 상사가 정한다. 개인의 업무는 조직에서 독립적일 수도 없거니와 숲을 헤쳐나가고 싶다면 높은 나무에 올라 숲 전체를 조망해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힘들수록 조직의 유기적 관계와 매커니즘乙 알아야 한다.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소통에는 전혀 무관심한 사람을 가끔 본다. 자기는 편할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하루 빨리 꺼져줬으면' 바라는 사람도 생긴다.
05 칭찬 받는 동료를 시기한다
'내가 더 잘났는데 어쩌다 한번 저 정도 가지고…'라고 속으로 비아냥거린 적은 없는가? '잘난 척 어지간히 하네. 꼴 보기 싫게'라고 혼자 군시렁거린 적은 없는가? 공자가 말했다. 세 명이 길을 걷는다면 그 중 둘은 나의 스승이라고.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둘만 모여도 시기 질투가 먼저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질투는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지만,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는 천박한 마음이다. 질투가 드러나는 순간 일단 나의 이미지가 격하된다. 주변이 동조하는 것 같은가? 그들은 그들이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표현을 당신이 대신 해 준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일 뿐이다. 돌아서면 '저 사람은 인품이 좀 까칠해', '피곤한 성격이야'라며 당신을 폄훼하기 시작할 것이다. 질투가 일어나는 동료가 있다면 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라. 끝내 그를 능가해버리는 게 제일 좋다. 단 정당해야 한다. 동료나 선배들은 투덜 거리는 당신 보다 입 다물고 노력하는 당신을 원한다. 또한 당신과 그가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당신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왜, 아직은 당신이 약자이므로. 왜? 또 기분이 나빠지려하나?
06 상사의 무능력을 답답해한다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사라 해서, 흔히 말하는 한직에 있다고 그가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업무적으로 뛰어나 비약적 성과를 올려 공동의 파이를 키우는 상사도 멋지지만, 그런 상사의 주변은 늘 고통과 신음과 부작용이 따른다. 신입 사원에게 필요한 상사는 거침없는 능력과 따뜻한 인품을 가진 덕장인데, 신은 두 가지를 동시에 주지 않는다. 일을 잘하려다 보면 무리하기도 쉽고 주변은 힘들어진다. 성격 좋은 사람들은 남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 경우가 많아 힘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 상사가 무능력한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의 능력이 돋보이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07 인터넷은 당신의 멘토가 아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직장생활'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기도 전에 '직장생활 고민', '직장생활 문제', '직딩생활 성공' 등 다양한 검색어가 줄줄이 뜬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인터넷과 커뮤니티에 대고 '상사가 저를 미워해요', '제 연봉이 얼만데, 그만둬야 할까요?' 등등 심각한 고민을 상의한다는 반증이다. 이런 고민에는 댓글이나 조언도 만발한다. '제 경험에 의하면…', '저와 비슷한 처지 같으시니 솔직하게 말씀 드리죠', '동생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등등 진솔한 마음이 우러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익명의 자유에 동반하는 무책임함과 키보드 위의 자칭 전문가들을 걸러낼 방법이 있을까? 고민의 답은 고민이 시작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부서 안의 문제라면 부서 선배나 상사, 동료에게 답을 묻고 회사의 문제라면 역시 믿을만한 회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제대로 된 상담이다. 애인이나 친구들에게 묻는 것은, 사실 하소연과 감정 배설일 뿐이다.
매일경제 [글 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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