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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어완벽' 유학男, 한국서 취업하려다…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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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10년간 유학하고 지난해 12월 귀국한 전유식(26)씨는 요즘 영어시험인 토익(TOEIC) 때문에 고민이다. 귀국 후 “한국에서 취직하려면 토익과 한자 시험, 컴퓨터 자격증은 무조건 따야 한다”는 친구들의 판박이 같은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명문대인 일리노이주립대를 나와 현지인처럼 영어를 구사한다. 토익 시험을 보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득점은 가능하다. 그러나 당장 이력서와 함께 제출할 ‘점수’는 없다.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기본 스펙(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점수)을 못 갖춘 셈이다. 광고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전씨는 “하고 싶은 일과 관계없이 토익 점수가 없으면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풍토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스펙 쌓기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요즘 걱정이 많다”며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그는 이미 한자 2급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 맨체스터시티의 마케팅 담당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한 경력도 한자 자격증 앞에선 작게만 느껴진다. 전씨는 “미국에선 직무에 필요한 스펙만 따진다”며 “한국 기업은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스펙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스펙 공화국’에 갇혀 있는 취업 준비생 사이에선 ‘3600’과 ‘3200’이 불문율처럼 통하기도 한다. 3600은 인문·사회 계열 취업 준비생이 토익은 900점, 학점은 4.0(곱해서 3600)은 돼야 입사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공학계열은 토익 800점에 학점 4.0(곱해서 3200)이 최소 기준으로 통한다. 모든 대학생이 학점과 토익에 매달리는 이유다.

 이런 풍토는 인성 함양과는 거꾸로 가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 16일 토익·텝스(TEPS) 등을 치르면서 답안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다른 응시자에게 전송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유학생 출신 심모(24)씨 등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지금도 인터넷에선 입금 방법을 안내하며 다음 달 2일 토익 시험을 대신 봐주겠다는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스펙 만능 문화를 바꾸려면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적자원관리 컨설팅기업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성공한 직장인의 진짜 조건은 상상력과 창조력, 의사소통 능력 등 인성적인 면”이라며 “드러나는 스펙이 아닌 인성과 잠재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채용 캠프 같은 다단계 채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대학에서 토론·발표 방식의 수업을 늘려 인성과 기본이 튼실한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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