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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본관' 똑같이…중국에 세브란스병원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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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의료기관 대형화 바람…14곳이 종합병원 준비
서울대병원, 후난성에 추진…아주대, 장쑤성에 1000병상 규모
연세의료원이 중국 칭다오에 대형 종합병원을 세운다. 한국의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선호하는 중국인을 현지에서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소규모 클리닉 수준이던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이 대형 병원 중심으로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의료원은 22일 칭다오 국제생태건강도시에서 중국 신화진그룹과 손잡고 칭다오세브란스병원 기공식을 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규모는 국내 선두권 대형 병원과 비슷한 1000병상이며 2020년 9월 개원할 계획이다. 연세의료원과 신화진그룹은 50 대 50 비율로 총 3000억원을 투자한다. 신화진그룹은 현금을, 연세의료원은 병원 건립 자문과 세브란스 상표 사용권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이다.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의료기관이 중국에 세우는 첫 대형 병원이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은 중국에 피부과 성형외과 등 클리닉을 열거나 작은 규모 의료센터를 주로 세웠다.
병원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을 그대로 본떠 짓는다.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및 경영 시스템도 적용한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칭다오 병원이 안착하면 선양 항저우 등에 제2, 제3병원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조감도) 건설에 나서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의료분야 개방확대 정책과 맞물려 한류 의료에 대한 중국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은 총 141곳이다. 이 중 중국에 세운 의료기관이 52곳으로 가장 많다. 한국 의료기관들이 중국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의료 한류 영향이다. 하지만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에 집중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환자는 9만9059명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중 가장 많았다. 이들 네 명 중 한 명은 성형외과 진료를 받았다. 한국에서 중국인 환자를 진료하던 피부·성형외과 등은 환자를 알선해 주는 브로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중국에 직접 병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에 진출한 의료기관 과반수가 피부 및 성형외과(34곳)인 이유다.
진출 초기에는 성과가 좋지 않았다. 2004년 SK차이나가 예치과, 초이스피부과, 탑성형외과 등과 함께 중국에 세운 SK아이캉병원은 경영난 등으로 5년 만에 철수했다. 상하이에 진출한 예메디칼과 우리들병원도 현지 파트너와의 갈등 등으로 안착에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 의료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다 현지에서 성과를 내는 의료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의료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해외로 의료관광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특구를 조성하고 해외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은 점차 대형화하는 추세다.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 51곳 중 중국 진출을 계획하는 곳은 30곳에 이른다. 종합병원으로 진출을 준비하는 곳이 14곳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피부·성형외과 등 클리닉 개설을 준비하는 곳은 다섯 곳에 불과하다. 1000병상 넘는 종합병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위탁운영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중국 후난성 악양시와 1000병상 규모의 악양국제서울대병원을 짓기로 합의했다. 아주대의료원도 중국 장쑤성에 10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민경민 보건산업진흥원 의료해외진출단 중국센터 아시아팀장은 “중국 정부의 시장 개방 확대 영향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시장 진출 분야와 형태도 점차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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