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57.2%가 전문직·사무직
별도 정책 없이 기업 스스로 시간제 일자리 확대
‘스위스식 시간제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여성고용률 73%를 달성하고, 5년 연속 국가경쟁력 1위를 차지한 비결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요지다.
스위스는 800만 명에 불과한 인구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5년 연속 1위(한국은 25위)를 기록한 ‘강소국’이다. 특히 고용률 7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는 물론 한국의 평균 고용률(64.2%)도 훌쩍 뛰어 넘는다. 특히 스위스 여성 고용률은 한국(53.5%)보다 20%포인트(p) 높은 73.6%에 달한다. 스위스가 여성 고용율을 늘리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모델인 셈이다.
스위스의 여성 고용률을 견인한 다양한 요인 중 박근혜정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간제 일자리다.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 일자리 확충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만큼 스위스식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박 대통령은 20일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스위스의 시간제 활용 등을 통한 여성인력 고용 증대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이런 시간선택제의 새로운 시도를 적극 추진 중이며 스위스가 귀중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위스 시간제 일자리의 특징은 시간제 노동자 10명 중 6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OECD 통곌르 보면 여성 취업자 중 시간제 일자리 비율은 59.1%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유럽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2011년 말 기준 스위스 통계청(OFS) 발표를 보면 스위스의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과 비교해 14%p 증가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민간기업 스스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했다는 점도 한국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스위스의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반듯한 일자리’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위스는 시간제를 일하는 시간에 따라 전일제 근로의 50% 미만의 경우와 50~89% 경우는 구분하는데, 이 중 전일제의 절반 이상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일제에 비해 근무시간과 임금만 적을 뿐, 동등한 처우를 보장한다. 여성 시간제 일자리의 56%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직업 분포를 살펴보면 전문가와 사무직에 많고 단순노무직에는 적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의 여성 시간제 일자리 가운데 57.2%가 전문가&사무직이며 단순노무직은 8.5%에 불과하고, 산업별로는 공공행정&교육&보건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여성이 많이 종사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문자&사무직,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여성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높은 여성 고용률과 비교적 적은 성별임금격차(19%), 높은 여성대표성은 스위스가 성 격차순위 9위를 견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통령과 각료 7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연방의회는 4명이 여성인 ‘남녀동수 내각’이다. 반면, OECD 꼴찌 수준인 여성 고용률, OECD 최고 수준인 성별임금격차(39%)를 기록한 한국의 성 격차순위는 111위다. 여성신문 이하나 기자
여성신문 이하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