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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형 토플' 수능 영어 대체한다더니… 400억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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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5년 전부터 추진… 이제와서 "사교육 의존 커질 것" 사실상 백지화]

학생·학부모들 혼란 - 그동안 대비해온 학교들 "교육 당국에 또 속았다"

전문가 "성급히 추진된 정책"
 - 작년 중·고교생 대상 실시..응시자 1000여명에 불과

일부 "수능 대체도 안하는데 누가 토익·토플 대신 보겠나"


정부가 5년 넘게 결정을 미뤄 온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의 수능 영어 시험 대체 여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났다. 이 시험은 일명 '한국형 토플'로 불린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0일 학부모와 교사 240명을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한국형 토플이)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한다면 학습 부담이 집중되고 사교육 의존 우려가 높아진다"며 "학교가 대응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까지 입시와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형 토플'로 수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교육 당국이 결론 내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능에서 영어 시험을 빼고 '한국형 토플' 성적으로 대신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서 장관의 발언으로 수능 영어 대체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교육 당국에 또 속았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한국형 토플 연구·개발에 들어간 예산만 393억원이다. 교육계에서는 "한국형 토플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학생들에게 혼란만 준 '잘못된 정책'의 대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관 바뀔 때마다 결정 미뤄

'한국형 토플'을 도입한다는 방침은 5년 전인 2008년 초 논의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중2가 대입을 치를 때(2013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 대신 국가영어능력평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영어 정책이었다. 토플·토익 등 외국 시험 응시료로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걸 막겠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2010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한국형 토플은 2013학년도 대입 수시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한국형 토플의 수능 영어 대체 여부는 2012년에 결정하고, 대체된다면 2016학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발표보다 도입 시기를 3년 늦추기는 했지만, 수능 영어 시험을 한국형 토플 점수로 대체한다는 메시지는 계속 준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말하기와 듣기 수업을 강화했고, 발 빠른 학원가에서는 '한국형 토플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에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작년 연말 가서 교육부는 "차기 정권에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서남수 장관이 수능 대체를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한국형 토플'을 도입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지 5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과 학생들만 불안하고 헷갈리게 만든 셈이다. 대학교 1학년, 고1 자녀를 둔 이모(46)씨는 "큰애가 중 2때이던 2008년에 '대학 가려면 한국형 토플 봐야 한다'는 말이 나와 한동안 불안해서 여기저기 학원도 알아봤다"면서 "결국은 수능 영어 시험을 계속 보는 건데 혼란만 겪었다"고 말했다.

"수능 대체 안 하면 누가 시험 보겠나"

더 큰 문제는 5년간 4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한국형 토플'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수능 영어 성적을 대체하지 않는 시험에 응시할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외국 대학이나 기관에서도 인정받는 토플·토익을 보지, 뭐하러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한국형 토플을 보겠느냐"고 말했다.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중·고교생용(2·3급) 한국형 토플 시험을 치른 결과 응시생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 11일 일반인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1급(성인용) 한국형 토플 시험 응시자도 540여명에 그쳤다. 같은 날 실시된 토익 시험에는 6만7000여명이 몰렸다.

교육부가 추진해온 한국형 토플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고보조금사업에 대한 운용평가에서 "한국형 토플이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추진됐을 뿐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어 새 대통령이 오면 추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한국형 토플을 도입한다고 외국 시험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어 평가 전문가인 중앙대 신동일 교수는 "한국형 토플은 영어 교육에 대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추진된 정책"이라며 "충분한 준비 시간도 없이 영어 평가를 한 가지 방법으로 일원화하자고 밀어붙여 학부모와 학생을 불안하게 하고, 사교육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연주,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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