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째… 유명무실 논란
‘한국형 토익’을 표방하며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만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효용성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1급 시험이 처음 실시되지만 아직까지 NEAT를 취업이나 승진 시험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다. NEAT 2, 3급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을 대체하겠다던 정부의 계획도 실현될지 미지수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NEAT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주관하는 토익과 토플 응시로 인한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발한 시험이다. 성인이 보는 1급과 고교생이 보는 2, 3급으로 나뉘는데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았다.
특히 NEAT 2, 3급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2016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시험을 전면대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반발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지금은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수능 대체 논의는 이전 정부에서 있었지만 새 정부로 넘어온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2018학년도 도입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고교생 영어능력평가의 한 잣대로 (NEAT의) 방향성을 잡은 상태”라며 “수능 대체 여부는 장기간에 걸쳐 효과 등을 검증해 본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수능 대체계획을 백지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NEAT는 2013학년도 대입시에서 7개 대학(4년제 기준)이 수시모집 전형에 반영했고, 2014학년도에는 3.5배 늘어난 25곳이 수시에 반영키로 했다. 그러나 서울 주요대학은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NEAT 반영을 꺼리고 있다.
이장돌 영어연구소의 김성진 팀장은 “2급은 현재의 수능 정도이고, 3급은 그보다 훨씬 쉽다”면서 “일부 대학이 NEAT를 반영하고 있지만 관심 있는 학생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1급 시험도 토익·토플 대체 전망이 아직은 불투명하다. NEAT 활용 의사를 밝힌 기업과 공공기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NEAT가 효용성 논란에 휩싸인 가장 큰 원인은 기존의 영어시험을 넘어설 만한 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NEAT가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닌 말하기와 쓰기 등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지만 토익과 토플, 텝스도 오래전부터 말하기와 쓰기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토익 스피킹 시험을 승진이나 신입사원 모집에 활용하는 기업은 2009년에 이미 250곳을 넘었고, 삼성그룹 계열 교육업체인 크레듀의 오픽(영어 말하기 시험)도 한화, LG 등 대기업을 포함한 800여개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9년째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6)씨는 “바쁜 직장인이 언제 새로운 시험에 적응하겠느냐”며 “회사에서 스피킹 능력만 따로 보는 일도 있어 토익 스피킹이나 오픽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6만원의 응시료도 토익 스피킹(7만7000원), 텝스(3만6000원. 스피킹 추가 시 8만원)와 비교했을 때 응시자를 유인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11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처음 치러지는 시험에 약 620명이 응시했다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NEAT 활용 기관이 늘어나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윤지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