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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기업, '소통'을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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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 책임회피, 담당자 퇴직… 국제사회에서 안 통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우리말로소통이다. 소통은 일이 잘 진행될 때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측불허의 장애물을 만났을 때 해결방법과 수단으로서 유용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다면소통은 애초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하고 있는 게 소통 같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거의 일방통행식이나 아전인수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상대방과의 소통에 실패했음을 뜻한다.

비즈니스에 소통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금전 거래가 수반되는 일인 만큼 정확한 소통은 무역거래 제1의 요소라 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소피아 KBC가 재미있는 자료를 내놨다. 해외시장을 공략 중이거나 초보 무역업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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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가장 쉽고도 어려운 문제

해외 바이어로부터 한국 기업의 행태에 대해 제일 많은 듣는 불평 중 하나가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것이다. KOTRA의 역할은 바이어와 한국 기업 간 거래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일단 다리를 놓는 중매행위가 끝나면 나머지는 바이어와 우리 기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할 몫이므로 KOTRA가 개입하는 것은 어색하다.

그럼에도 일선 현장에서 중매가 끝난 거래에 KOTRA의 추가 개입을 요청하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유는 파는 측이나 사는 사람이나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초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일이 추진되지 않으면 단서를 제공한 KOTRA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일정 부분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압박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투자진출이나 프로젝트 수주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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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가 개입하는 거래의 대부분도 계약체결까지는 의사소통에 별 지장이나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는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때로는 거래를 주선한 측까지도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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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계약을 체결하면 당사자들은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불가피한 상황발생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이는 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우리 기업들은 상식적인 일조차 서투르다. 객관적인 상황이 당초 체결한 계약을 이행할 수가 없는 상태임에도 상대방에게 이해조차 구하지 않다가 심각한 클레임을 자초하는 경우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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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법적인 논리가 정연하고 공사가 분명한 서양 바이어들이지만 그들도 인간이며 정서적인 이해심을 갖춘 사람들이다.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면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심각한 갈등을 미연에 막는 길이다. 일선 현장에서 경험한 심각한 클레임의 대부분은 이런 사전 이해작업을 하지 않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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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아라

단순한 상품교역은 문제해결이 그나마 간단한 편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플랜트 수주나 계약 이행은 상품교역에서 발생한 문제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복잡한 문제를 동반한다. 규모와 내용을 떠나 갈등과 클레임이 발생하는 이유는 소통부족이다.

2009
년 불가리아 전력청은 일부 화력 발전소 탈황시설 설치공사를 발주했다. 여기에 유력한 국내 기업이 소피아 KBC의 소개로 컨소시엄 멤버로 참가해 응찰했다. 컨소시엄에 참가한 업체들은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입찰수주의 성패는 그야말로 한국 참가업체의 입찰 제안서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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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일인지 이 기업은 컨소시엄 참가의사만 밝혔을 뿐 본격적인 입찰서류 제출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빗발치는 타 컨소시엄 참가업체의 독촉과 소피아 KBC의 요청에도 그 업체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유력한 국내 중견기업이 이런 몰상식한 결례를 저지르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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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 업체가 참가한 컨소시엄은 믿었던 국내 업체의 비협조로 높은 가격의 입찰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적어낸 경쟁 컨소시엄에 패했다. 만일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한 국내 업체가 사전에컨소시엄 참가가 곤란하므로 대체업체를 발굴하라는 의사를 밝히거나 대안을 제시했더라면 컨소시엄 전체가 수주기회를 상실하는 상황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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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컨소시엄 참가업체들이 한국 업체를 계약위반으로 제소하지 않아 추가적인 분쟁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주실패 탓을 국내 업체의 책임으로 돌려 소송을 제기했더라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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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여파로 불가리아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사실이다. 어떤 컨소시엄이 무례한 한국 기업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선택하려고 하겠는가
?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 기계를 생산하는 M기업은 KBC의 소개로 약 30만 달러 상당의 기계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어 측은 못 믿어 하는 눈치였지만 KBC의 신용을 믿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국내 업체는 약속된 기일 내에 기계를 제작하지 못했다. 조바심이 난 바이어는 계속해서 KBC를 압박했고, 국내 업체는원료를 확보하지 못해서’, ‘제작비 부족으로’, ‘기술자가 출장을 가서등등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그것도 소피아 KBC가 접촉한 이후에서야 늘어놓은 궁색한 변명이었다. 20번도 넘게 계약조건 이행을 독촉하다 지친 바이어는다시는 한국 업체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한국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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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상대방 바이어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뒷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얻는 이익도 많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사정이 있음에도될 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나 사전수습보다는 문제발생 이후에 해결을 시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더 세련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사전 수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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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정보전달도 개선과제

3국으로부터 약 200대의 시내버스 납품기회를 발굴한 불가리아 바이어는 급히 한국의 버스 제조업체에 ‘SOS’를 보냈다. 2달 이내로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완료하는 인콰이어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바이어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국내 업체 담당자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협의했고 최종 서명식만을 남겨놓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국내 담당자로부터 문의사항이나 세부적인 계약내용 확정에 대한 답변이 중단됐다. 조바심을 느낀 바이어는 급히 서울의 해당 버스 회사를 방문했지만 담당자는 퇴사한 이후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계약을 추진하던 담당자는 회사와의 갈등이 생겨 직장을 옮겼고, 이 과정에서 해당 업무가 후임자에게 인계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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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국에 물류센터와 연구소 개설을 추진하던 국내 유수 기업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이 기업은 2004년부터 물류센터 개소를 위해 자주 소피아 KBC를 방문했다. 하지만 6년 동안 이 건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애써 다져놓은 지사 설치 정보와 필요한 네트워크 정보가 후임자에게 인계되지 않고 사장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현지 출장을 다시 와야 했고 지사의 규모나 운영방식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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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의 업무 인수인계와 정보의 공유가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과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계약이나 거래선 정보가 사장된다면 해당 기업으로서는 얼마나 큰 손실인가. 또한 이 문제는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상대방에게도 엄청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의 능력과 약속을 믿고 이에 근거해 비즈니스를 추진하던 중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업무가 중단된다면 해당 기업으로서도 엄청난 낭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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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에티켓 확보 절실

국제 비즈니스계에서 상식을 벗어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리 기업뿐만 아니다. 도덕적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선진국 기업들 중에서도 우리 기업보다 못한반칙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기업들은 확실하게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글로벌화 되고 있다. 경쟁력이 향상되고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도 한층 많아지고 있다. 만일 주목받는 우리 기업이 지탄을 받는 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해당 기업 차원을 넘어서 한국 기업 전체가 매도당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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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기업 규모와 역량의 차이를 떠나 우리 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각자가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세로 영업을 해야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에티켓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상식수준에서 성실한 자세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이 애초에 생각한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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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무역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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