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석 규모의 객석은 반쯤 비었다. 그나마 앉아 있는 관객의 절반 이상은 공공기관 관계자였다. 기획재정부 차관의 ‘스펙 초월’ 토크 콘서트는 처참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막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꿈과 끼, 열정을 되풀이했지만 구직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보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9일 열린 201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차관님과의 대화’를 열었다. 스펙 초월 채용제도를 도입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기관장급 인사와 신입사원과 함께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구직자들에게 스펙보다는 열정을 가져 달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였다.
그러나 수천명에 이르는 박람회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칸막이 너머 공공기관 부스에서는 구직자들이 어떤 스펙을 가져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스펙보다 열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지원 가능한 스펙을 알아보고 있는 구직자의 머리 위로 떠돌고 있었다.
플로어의 질문을 유도해봤지만 호응은 없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동영상 질문을 틀어놓고 답변을 했다. 이 차관은 접착식 메모지에 미리 받아 놓은 질문지를 하나 떼어 들었다.
그는 “20대에 어떤 자기계발 시간을 가졌느냐는 질문이 나왔다”며 “나는 놀았다. 놀면서 배운다고 (행정고시) 공부를 늦게 시작했다. 20대 때는 많이 놀면 상당히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놀 때는 떼로 놀아야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며 “다 논 다음에는 미친 듯이 공부하고 미친 듯이 일해라. 미쳐야 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출신에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사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통과한 ‘슈퍼 스펙’을 가진 이 차관의 말은 스펙이 부족해 취직에 애를 먹고 있는 구직자들에겐 공허하게 들릴 법했다.
이날 행사는 구직자들을 객석에 앉히기 위해 퀴즈 행사에 상품권까지 동원됐다. 직접 퀴즈를 내며 흥이 난 이 차관은 “꿈과 끼를 가진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한 뒤 문화상품권을 건네며 “끼를 확인할 수 있게 춤이나 한번 춰보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막연히 꿈과 끼 열정만을 강조하고 별 내용이 없자 그나마 자리를 채웠던 구직자들은 하나 둘 일어서 자리를 빠져나갔다. 일부 참석자들은 “어쩌라는 거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내년 공공기관이 신규로 채용하는 인원은 올해보다 1329명 늘어난 1만6701명이다.
국민일보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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