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부터 7·9급 지방직 채용 시험에서 영어면접을 모든 직군으로 확대하고 인·적성 검사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는 ‘창의성, 소통능력, 인성을 겸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으나 공시생들은 민간 대기업 채용 방식을 공공부문에 들여와 ‘스펙(경력쌓기)’ 경쟁을 부추겨 공시 대비 사교육 시장만 확대시킬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6일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와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등에는 “공시생들 부담은 더 커지고 고시학원들만 배가 부르겠네요” “하급 공무원 뽑는데 영어면접은 왜 보나? 영어능력은 가정형편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큰데 앞으로 돈 없으면 공무원도 못 되나요?” “유예기간도 없이 실시한다니 공시생을 사지로 몰지 말라” 등 지난 1월 30일 시가 발표한 ‘서울시 인재양성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글이 쇄도했다.
시는 이에 대해 “공무원의 전문성, 공직에 적합한 인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공무원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고 면접에 참고자료로 활용되니 너무 큰 부담은 갖지 마세요”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관련 글에 대해 아무런 답글을 달지 않았다.
시는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행정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채용부터 필기시험에서 130%를 거르고 새로운 심층 면접으로 30%를 탈락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시의 발표 직후 공시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비판글이 수십 개 올라왔고 부정적인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한 공시생은 “미국 공무원을 뽑는 것도 아닌데 모든 공무원이 영어 말하기 면접을 봐야 할 이유가 있냐“며 “오차범위 점수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결국 새로운 전형에 대비해 학원을 더 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한 공시생은 “박원순 시장이 유예기간도 없이 불도저 시행을 하려고 한다”며 “민간기업처럼 수십 군데 원서 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시험도 아닌데 몇년 동안 준비해서 필기통과해도 영어가 서툴러서, 인·적성 검사 못봐서 떨어질까 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시는 이에 대해 영어면접과 인·적성 검사는 ‘면접 참고용’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어려운 영어질문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평소 실력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유일하게 영어면접 전형이 이뤄지고 있었던 행정직군 공시생들의 경우 고시학원의 영어면접 특강은 물론, 영어 말하기 학원 등을 수강하며 치열하게 영어면접 대비를 하고 있다. 많은 고시학원들은 족집게 예상질문을 내놓고 모의 면접 과정도 개설 중이다.
한편 2012년도 실시된 영어면접에선 ‘최근 무상보육 등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등 아주 까다로운 질문이 나와 많은 공시생들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김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