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L자형 장기전으로, 이번 저성장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장기전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둘째, 저성장 추세가 특정 지역이나 산업이 아니라 전 세계, 전 업종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전면전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동아시아, 2000년대 초 IT 버블은 북미,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및 유럽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또한 철강이나 조선 같은 전통산업은 물론, IT, 바이오, 태양광 등 첨단산업과 서비스산업에서도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다.
셋째, 과거에는 ‘규모의성장’을 통해 위기국면을 돌파해왔으나, 이제는 ‘체질 개선’으로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체질전이다.
성장을 당연시하여 관행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적 타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에 기업은 다음 6가지 기업경영 이슈와 대응방향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저성장의 난관을 돌파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 관리: 전략적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먼저 리스크 관리다.
20m 넘는 코코넛 나무에서 2kg 열매가 갑자기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는데, 이렇듯 달콤해 보이는 코코넛도 때론 치명적인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예측불허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이는 2013년 경영환경을 잘 말해주는 비유인데, 불확실성 가운데 리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관리하고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및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고경영층은 기업경쟁력의 핵심 포인트를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전략적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이는 불필요한 승인 절차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심제품, 고객접점 등 경영의 핵심 포인트를 경영자가 꼼꼼하게 확인하고 개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2013년의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이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막’과 유사한 상황인데,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6가지 방법’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즉 ‘지도 대신 나침반을 따라가라’는 핵심가치와 기본기를 준수하라는 것으로,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는 조직피로를 방지하고 재충전하라는 것으로, ‘모래웅덩이에 빠지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추라는 것으로, ‘함께 여행하라’는 기업 생태계를 활용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체질개선: 자산은 가볍게, 역량은 강하게
두 번째 이슈는 체질개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선전하던 한국 기업은 불황이 장기화되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12년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74%가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향후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전체 기업의 부채규모는 2012년 6월 말 현재 약 1360조원으로 GDP대비 약 108% 수준이다.
따라서 저성장기에는 몸집은 줄이고, 체력은 강하게 비축하는 방향으로 전략기조를 삼아 체질개선을 이룩해야 한다. 즉 기업의 본질적 역량은 강화하되 그 외에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R&D의 경우 투자와 리스크 부담이 큰 원천기술은 개방형 혁신으로, 응용기술은 현장과 긴밀한 협업으로 내부화할 필요가 있다. GE의 경우 시장 니즈를 잘 읽는 사업부와 기술 로드맵을 아는 R&D 부서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 인터페이스’ 직책의 전문가를 활용하기도 했다.
페어플레이: 윤리경영과 사회공헌
? 세 번째는 페어플레이, 즉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이다.
최근 지속성장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비리,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사전교육, 예방 등 한 단계 높은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패션기업 H&M은 협력업체에 감사인력을 정기적으로 파견해 노동법이 정한 근무환경을 준수하는지, 아동 노동착취는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등 생산공정과 거래방식에서 비윤리적 요소가 있는지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저성장기에도 사회공헌을 핵심경영 활동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전개해야 진정성을 얻을수 있다. 2012년 삼성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1만5000명의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무료로 방과후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사회공헌 따로, 비즈니스 따로’가 아니라 본업과 연계된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생태계 구축: 전략적 협력
넷째, 생태계 구축, ‘전략적 협력(collaboration)’ 이다.
저성장기일수록 제한된 시장을 놓고 다른 업종의 기업과도 경쟁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시장 판도를 넓게 보고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초경쟁 상황을 타개할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협력사는 물론 이종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서로의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하여 기업생태계 경쟁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협력업체 만족도가 2007년 업계 최하위였던 포드는 1차 협력사의 주요 기술인력이 3개월간 포드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협력관계를 제고한 것은 물론, 최종적인 상품 경쟁력까지도 높아져 협력업체 만족도가 2010년 1위로 상승했다.
또한 동종간 시장점유율 외 고객시간점유율, 일상점유율에 주목하여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는가’보다는 ‘왜 사는가’의 관점에서 생활상을 관찰하고 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원高 대응: 비가격전략, 비주류공략
다섯째, 불황과 함께 원화가치가 상승하며 수출환경이 악화되어 한국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원高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절감은 물론, 제품과 서비스의 고부가치화를 통해 온리원(Only One) 제품을 제공하는 非가격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1973년 창업 이래 ‘움직이는 모든 기기에 니덱의 모터를 탑재한다’는 신념으로 온리원 제품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1980~90년대 초엔고를 극복하여 전 세계 소형 모터시장을 장악한 니덱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 현지 기업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분업체제를 강화하고 결제 통화 다변화로 환차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의 2~3선 도시와 포스트브릭스인 MIT(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 를 겨냥해 공격적인 시장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그동안 비주류였던 3S, 즉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는 440만의Single, 시장규모가 33조원에 달하는 Silver, 그간 1차 타깃에서 벗어났던 두 번째 고객집단 Second group을 겨냥해 보다 공격적인 시장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편 100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제2의 내수고객으로 인식하여 전용상품과 전용매장을 개발하고 판촉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음관리: 치유와 격려
마지막으로, 마음관리, ‘치유와 격려’다.
고용 및 조직에 대한 불안감과 업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임직원을 위하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을 주제로 소통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열정을 고취해야 한다. 하버드대학 로자베스 캔터 교수는 “직원들은 그들을 배려해주는 문화와 환경에서만 위기극복을 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질책보다 치유와 격려를 통해 조직의 사기를 고취해야 할 것이다. 세계 1위의 맥주기업인 AB인베브(벨기에)는 임직원의 마음에 와닿는 목표설정과 보상체계를 통해 업무 몰입도를 제고하고 열정을 고취하는데, 여기서 시사점을 얻을 필요가 있다. 즉 보다 실현가능하고 피부에 와닿는 ‘체감형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등 임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불황으로 지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고객을 격려하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대외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수 싸이나 인기를 끄는 드라마, 영화, 개그콘서트 등 문화현상 이면에 숨겨진 니즈와 공감 포인트를 포착하여 소통 메시지로 활용해야 한다.
넥서스 경영 실행
지금까지 2013년 중요 6가지 경영이슈를 살펴 보았다. 이를 정리하면 경영의 전 영역에서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넥서스 (Nexus) 경영’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넥서스 경영이란, 자사의 비교우위 분야를 핵심으로 이해 관계자와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협력해 혁신을 추구함으로써 경쟁력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가는 新경영 패러다임이다. 이는 핵심선수의 개인기를 기반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끈끈한 패스워크와 조직력으로 세계 축구를 석권한 스페인 축구가 표본이다.
또한 새로운 판도가 조성되는 격변기에는 정확한 의사결정과 타이밍을 위해 다방면의 균형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감’과 ‘촉’에만 의지하기보다 신중한 분석과 치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빅 데이터 기술 등을 총동원하여 정교한 분석을 통해 ‘계산된 모험’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움츠려 있지만 말고 빈 공간을 포착하는 ‘화이트 스페이스’ 전략으로 ‘低성장 속 新성장 모델’을 발굴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새 출발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로 경기회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출처 : magazine create]
글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