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 놓고 엇갈린 반응
정부가 4일 발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 방안’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30대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해 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고용률 70% 달성의 관건이라고 판단, 임신과 출산 및 보육 문제를 사회가 분담하고 재취업을 지원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여성 경력유지 지원 방안은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 경력단절이 생기는 시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남편 육아휴직 급여 첫 달 100% 지급…최대 150만원으로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률 제고로 여성 육아휴직률도 더불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남편의 육아휴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줄여 부부가 육아휴직을 번갈아 쓰게 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우선 임신·출산기에는 부부 중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에게 첫 달에 한해 육아휴직 급여를 종전 통상임금 40%에서 100%(최고 150만원)로 상향 지급하는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육아 휴직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고용센터에서는 통상임금의 40%에 해당하는 육아휴직급여를 정부에서 매달 지원한다.
만약 월 통상임금이 200만원인 근로자인 경우 첫 달의 통상임금 급여는 급여 상한 지급 금액인 15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후 두 번째 달부터는 통상임금의 40%에 해당하는 8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지원받게 된다.
월 통상임금이 3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도 첫 달의 통상임금 급여로 상한 지급 금액인 15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후 두 번째 달부터는 통상임금의 40%에 해당하는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출산은 곧 해고’라는 인식에 육아휴직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부담을 최소화했다. 현재 출산휴가 전후에 근로계약을 연장하는 경우에만 비정규직 고용지원금이 지급되는데 이를 육아휴직자에게까지 확대, 정부는 육아휴직을 하는 비정규직과 근로계약을 연장하는 기업에 30만~60만원의 계속고용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년 이상 근로계약 시 6개월간 월 40만원, 무기계약 시 6개월간 30만원 지급 후 다시 6개월간 60만원을 지원한다.
또 육아휴직을 하는 대신 주 15~30시간으로 근무를 단축하는 ‘육아기 근로단축제’를 선택해도 100만원에 가까운 단축급여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단축근무 시간에 비례해 지급하는 단축급여액을 통상임금의 40%에서 60%(상한액은 93만7500원)로 상향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신·출산 후 육아에 대한 부담을 사회가 나눠지도록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일하는 엄마를 위해 보육 시설과 돌봄 서비스를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를 현행 자율적 신청주의에서 의무평가제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시간선택제 근로 부모를 위한 시간제보육반이 신설된다. 하루 최대 6시간씩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보육반을 어린이집과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 마련해 올해 시범운영한 뒤,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4년간 국공립 어린이집도 매년 150곳씩 신설된다. 방과 후 오후 5시까지 원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1∼2학년, 내년 3∼4학년, 2016년 5∼6학년까지 확대된다.
가정으로 찾아가 아이를 봐주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일하는 여성 위주로 재편된다. 선착순 이용 대신 저소득(국민기초수급자·한부모가정 등) 취업모, 일반가정 취업모가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방과 후 초등돌봄교실도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이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맞벌이·한부모 가정 자녀 등 추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 여건에 따라 밤 10시까지도 이용 가능하다.
여성이 재취업할 경우에는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별도의 채용 과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형별 새일센터를 설치해 경력단절 여성의 전공, 경력, 지역 등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상담-훈련-취업연계-사후관리 등 종합적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최선의 정책 대안은 여성 인력”이라며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여성 경력단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 효과낼 것” vs “기업 인력운용 제약할 것”
정부가 내놓은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왔음에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며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취업모를 위한 보육?돌봄 서비스 강화, 경력단절 여성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재취업 기회 제공,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고용문화 조성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여성 고용률을 제고할 것으로 본다”고 환영과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많은 여성이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떠남에 따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지원방안으로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부가 기업의 인사정책에 정부의 직접 개입해 인력운용을 제약할 수 있고, 재정적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우려하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와 경력단절 예방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번 여성 경력유지 지원책은 대체인력 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않고 인력운용의 경직성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최선용 사무관은 “남성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단축체 등 그동안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의 활성화를 높일 수 있다는 부분과 관련해 기업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대체인력 활용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해선 대체인력 뱅크를 만들어 운영하고 대체인력 지원기금도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 전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