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학기 휴학을 한 대학졸업반 이모(여·25) 씨는 최근 입사시험 면접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이 씨를 힘들게 하는 질문은 ‘휴학 기간 동안 뚜렷이 한 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학교를 쉬는 동안 영어시험인 토익 점수를 높이고 기업 인적성시험 준비 등을 했지만 정작 면접에서는 휴학하고 토익 점수를 올렸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영어 점수 등은 조금 올랐지만 정작 면접에서는 할 말이 없어졌다”며 “오히려 휴학 없이 제때 졸업한 친구들이 더 취직이 잘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대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취업준비나 어학연수 등을 위해 휴학을 선택하고 휴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11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휴학을 경험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취업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김현동(경영학) 동국대 교수가 지난 2009년과 2011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실시한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휴학경험 유무에 따른 취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휴학 경험자들의 취업률이 더 낮고 취업에 걸리는 기간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휴학 경험자들의 취업률은 38%로 집계돼 비경험자들(50%)보다 12%포인트나 낮았으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 역시 평균 3개월로 비경험자(2.2개월)보다 길었다. 다만 휴학 경험자들의 경우 취업 후 받는 월급이 비경험자에 비해 평균 14만 원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휴학 경험 유무뿐 아니라 휴학 사유에 따라서도 취업 성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취업이나 진학을 위해 휴학하는 경우 어학연수를 위한 휴학생과 경제적 사유로 휴학하는 학생에 비해 취업 준비 기간이 3∼4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휴학 기간 동안 자신이 투자했던 시간이나 비용을 취업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에 휴학 경험 유무 및 휴학 사유에 따른 취업률과 봉급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대학생 298만 명 가운데 30%가 넘는 91만3000명이 휴학을 선택하고 있는 가운데 휴학이 취업 시기는 물론 결혼과 출산 연기 등으로 이어지고 부모들의 자녀 뒷바라지 기간도 연장시켜 부실한 노후 대비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 이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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